레닌도서관에서 북한자료 열람하기

0. 들어가며

Российская государственная библиотека (러시아 국립도서관, 이하 레닌도서관)는 지구상에서 양질의 북한자료를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기관 중 하나이다. 따라서 북한사를 연구하는 연구자나 이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한국의 도서관/문서고 (국립중앙도서관, 국사편찬위원회, 국가기록원, 북한대학원대학교, 서울대 중앙도서관 등)와 미국의 도서관/문서고 (NARA II, 미의회도서관 아시아부, 각 대학 도서관 등)에 더불어 필히 방문해야 하는 곳 중 하나이다.

한국의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레닌도서관 자료를 일부 수집하여 제공(목록)하고 있으니 러시아를 방문하기 어려운 분들은 이 목록을 참조하고 국내에서 자료를 열람하길 권장한다. 허나 확인 결과, 국내에 수집된 자료 중 이가 빠진 것이 많고, 불완전한 연간물이 많아 결국 레닌도서관을 방문해야 할 것이다. 이하에서는 레닌도서관에서 북한자료를 열람하는 방법에 대해 적는다.

(마이크로 필름 자료의 경우, 필자는 이용해 본 적이 없다. 열람법을 알고 계시다면 공유해 주시길 바란다.)

 

1. 기본 정보 

레닌도서관 홈페이지 노문/영문

노문 구사가 힘들면 얀덱스 번역기를 이용해 노문 웹페이지 주소를 넣어 보시라. 훌륭한 영어로 번역이 되기 때문에 좋은 참조가 될 것이다.

북한자료는 마이크로 필름을 제외하고 전부 Центр восточной литературы (동방문헌중심)에 소장되어 있다. 이곳은 북한자료뿐만 아니라, 19-20세기 원동변강에서 생산된 고려인 관련 자료, 소련에서 생산된 남한 관련 자료, 그밖에 중국/일본/서남아시아(인도, 파키스탄 등)/중앙아시아/아프리카 관련 자료를 소장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학 연구자에게는 자료의 보고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좌우간 동방문헌중심에 관한 기본 정보는 다음과 같다.

주소: Москва, ул. Моховая, д. 6 (2gis 지도)

열람실 이용 시간: 월-토 09:00-20:00 (2018년 8월 3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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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도서관증 만들기

자, 이제 여러분은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비행기로 왔든 기차로 왔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레닌도서관으로 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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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도서관에 도착하였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동상이 여러분을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 도서관 뒤켠으로 삼성 간판을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아주 속이 시원하다. 여기서 동상 뒤편의 1번 문으로 가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왜냐하면 도서관증 (читательский билет)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도서관증을 만들기 위해서는 비자가 있는 여권이 필요하다.

여권을 지참했다면, 위 사진에서 오른쪽, 근엄한 수염아저씨가 그려져 있는 현수막의 왼편으로 향하라. 그곳에서 2번 문으로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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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문 옆에 여러 기능이 적혀있는데 그 중 열람자 등록하기 (запись читателей)가 보일 것이다. 이를 위해 안으로 들어가보자.

안으로 들어가면 검색대가 있고 근엄한 경비 아저씨가 방문객을 고요히 응시할 것이다. 겁먹지 말고 등록하러 왔다고 말하면 친절하게 어떻게 하라고 안내해 준다. 내용인 즉, 입장 방향의 오른쪽 책상에 가서 아래와 같은 레닌도서관 열람자 등록증 (Карточка регистрации читателя РГБ)을 작성한 후, 출입문 근처의 대기표를 뽑은 후에 그 번호에 맞게 책상 오른편 사무실에 들어가 여권과 등록증을 제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을 첨부하지 못해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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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을 참조하여 모두 노어로 작성하길 바란다. 작성 후 대기표를 뽑고 사무실에 들어가면 외국인 연구자를 많이 상대하여 능숙한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큰 걱정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들어가서 필요한 문건을 제출하고 기다린다. 그럼 의자에 등이 닿도록 앉으라고 할 것인데, 이는 사진을 찍기 위함이다. 그렇게 찰나의 순간, 앞으로 5년간 유효할 도서관증에 담길 사진이 찍힌다. 등록을 마치고 도서관증을 발급 받아서 밖으로 나오면 된다. 직원과 근엄한 경비 아저씨께 꼭 인사를 하자. 문재인 대통령도 구사한 노어인 “발쇼예 스빠씨-바!“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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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졸지에 부동균이 되었으나 만족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다.

 

3. 동방문헌중심

이후 지체 없이 동방문헌중심으로 향하자. 앞서 적었던 주소를 참조하자.

주소: Москва, ул. Моховая, д. 6 (2gis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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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에서 왼편의 길을 따라 가다보면 오른편에 문이 있다. 문 사진을 못 찍었다. 2016년에 찍힌 구글 지도를 참조하면 될 것이다. 정확히 저 문이다.

들어가면 역시 검색대가 있고 근엄한 경비 아저씨가 있다. 겁먹지 말자. 아까 발급 받은 도서관증을 보여주면 문제 없다. 헌데 경비 아저씨의 성향에 따라서 갑자기 화를 내며 가방이나 짐을 왼편 보관소에 맡기고 오라는 사람도 있다. 그럴 경우, 왼편 보관소에 가서 짐을 맡기고, 필요한 장비만을 챙겨서 작업에 임하면 된다. 걱정 없다. 그 후 입장 방향의 오른쪽 복도로 들어가자. 만일 경비 아저씨가 친절하다면 여러분을 그곳으로 안내해 줄 것이다. 물론 혼자 가도 상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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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곡한 카탈로그 서랍 사이로 활짝 열려있는 문이 보인다. 바로 저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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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발급, 반납, 출판 등을 총괄하는 부서임을 알리는 현판이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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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 대개의 경우, 엄청나게 친절한 직원이 있다. 노어가 능숙하다면 자신을 소개하면서 무슨 이유로 왔는지, 어떤 자료를 찾는지 등을 언급하면 그에 맞게 척척 도와준다. 물론 나는 그만큼 노어가 능숙하지도 않고, 어떤 자료를 찾을지에 대한 사전 정보가 있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인사만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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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쪽지에 본인의 도서관증 번호와 성姓을 적어서 도서관증과 함께 내면 된다. 그러면 이제 동방문헌중심에서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셈이다.

 

4. 자료 청구하기

이제 해야 할 일은 아래와 같은 열람자 요구증 (листок читательского требования)에 열람을 원하는 자료의 서지사항 등을 넣어서 제출하는 일이다. 최대 10점까지 요구할 수 있다. (1점이 1권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 예컨대 어떤 잡지가 1946년도와 47년도 2년분이 있다고 해보자. 그러면 그 잡지를 요구하면서 Год изд에 1946-47이라고 적으면 된다. 그러면 다 가져다 준다. 정말 최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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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적어 넣어야 할 지 모르는 게 인지상정이다. 아래를 참고하라.

Чит.билет No: 여러분의 도서관증에 아로새겨진 번호를 넣으시라. 이때 00000 부분은 작대기 (-)로 퉁칠 수 있다.

Дата: 신청하는 날짜

Шифры: 청구기호 (call number)에 해당한다. 폐가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 번호를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연구자들을 통해서 건네 받을 수도 있고, 아니면 레닌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검색한 후 확보할 수도 있다. 대개의 경우, 이하에 나올 카탈로그 서랍을 뒤져 본인이 열람을 원하는 자료의 쉬프릐를 넣는다.

Заглавие: 자료 제목. 노어로 넣어야 한다.

Место изд: 발행지. 대개의 경우, 평양 (Пхеньян) 아니면 모스크바 (Москва)이다. 위의 쉬프릐를 참조.

Год изд: 출판년도. 쉬프릐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있는 만큼, 원하는 만큼 쓰면 정말 그 만큼 가져다 준다. 레닌도서관 짱짱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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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그가 정말 빼곡하다. 여기서 일일이 검색하는 게 상례이나, 미리 청구기호를 알고 가면 큰 도움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연구자와의 협업이 필수이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청구기호를 모를 경우엔 카탈로그에서 조선어 잡지/신문 등을 찾아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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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그 카드 왼편 상단에 적힌 숫자와 노어 조합이 바로 청구기호이다. 참고하자.

열람자 요구증과 도서관증을 제출하면 직원이 자료를 가져다 줄 때까지 시간이 10-15분 정도 소요된다. 이때 총괄 부서 바로 앞 서남아시아실에서 대기를 타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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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다 간지나는 열람실이다. 여기서 정말 자유롭게 자료 관련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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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V 전자제품도 양껏 충전하며 쓸 수 있다. 러시아는 사랑 그 자체임을 다시 한 번 느낀다.

 

5. 작업

1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초도 신청한 10점의 자료가 전부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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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50년대 잡지자료를 대거 요청하여 받아 보았다. 정말 뿌듯한 순간이었다.

이밖에도 한국 열람실이 있고, 이곳의 한국 사서이신 나타샤 선생님께서는 월, 수, 금 출근하신다고 한다. 능숙한 한국어를 구사하시는 고려인이시기 때문에 정말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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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한국 열람실이 개장된 지는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최인훈의 <광장>이 노어로 번역되어 있었고, 1920-40년대 고려인 관련 노어 자료도 제법 있었다. 가운데 왼편으로 보이는 쌓여 있는 무더기 자료는 아직 정리가 안 된 최신 입수자료인데, 주로 원동변강에서 생산된 1920-30년대 고려인 교육관련 자료이고, 1956년 북한에서 생산된 두 권의 비밀자료도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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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 선생님께서 불러주셔서 티타임도 가질 수 있었다.

중국 열람실은 크기도 크고 냉방도 잘 되고 사람도 잘 없다. 여기서 작업을 하면 개꿀이다.

 

6. 기타

자료 관련 작업은 정말 체력과의 승부이다. 돈이 많으면 그냥 죄다 복사를 부탁하면 되겠다. 복사는 직원이 친절하게 수작업으로 해주며, 자료의 발행시기와 크기, 상태에 따라 복사비에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는 다음과 같은 비용이 소요된다.

1831-1900: 장당 25루블

1901-41: 15루블

1942-현재: 7루블

현대사 연구자들로서는 개꿀 개리득이다.

좌우간 체력 얘기로 돌아가서, 작업을 종일 하다보면 제아무리 스타하노프에 빙의된 자라 하더라도 시장기가 돌게 마련이다. 2017년 12월, 미의회도서관에서 작업할 때,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아침부터 오후까지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고 계속 작업을 하여 중국 사서분들께 인정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사실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웠다기보다는 식당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고, 가기가 귀찮았다.

하지만 레닌도서관은 다르다. 식당은 본관 1번 문으로 들어가 직진하다가 계단 오르기 전에 왼쪽으로 꺾어 진행하다 보면 지하 1층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부페식이고, 가격도 싸다. 메릴랜드 NARA II 지하식당과는 차원이 다르다. 적어도 문서고 식당 수준 면에서 러시아는 미국을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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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에서는 아래와 같이 wifi도 가능하다. 동방문헌중심에서는 안 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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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열람 중인 자료를 계류 (оставить; hold)할 수 있다. 총괄 부서에 자료를 가지고 가서 계류하고 싶다고 말하면 그렇게 해준다. 열람자가 재방문 하지 않는 경우, 최대 2주간 계류해 주고 (2주를 넘기면 자동 완납), 재방문 할 경우, 계류를 무기한 연기할 수 있다.

직원들이 너무나 친절하고, 가장 기초적인 영어도 구사하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작업은 정말 아무 걱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학 연구자라면 사비를 쓰든 연구비를 따내든 그랜트를 받든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이곳으로 오는 게 중요하다. 내 생애 최고의 8월이 시작되고 있다.

추가적인 질문이나 제언이 있다면 언제든 메일 주시길 바란다. dhwoo1234[at]gmail[dot]com

Author: Donghyun Woo

В Лос-Анжелес

2 thoughts on “레닌도서관에서 북한자료 열람하기”

  1. 안녕하세요, 우박사님.
    저는 국내에서 CIS 지역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입니다.
    이번 11월에 레닌도서관과 러시아제국 대외정책문서고를 방문하려고 계획중인데,
    레닌도서관 관련 정보를 검색하다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레닌도서관 관련 정보 중 식당의 위치와 복사비는 아주 유용한 참고가 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덧붙여, 한가지 궁금한 사항이 있는데, 도서관증 제작시 비자가 꼭 필요한지 문의드리고 싶네요.
    한러 무비자 협정으로 비자없이 이번에 러시아를 방문하기 때문입니다.
    다시한번 사진과 함께 여러 정보를 친절하고도 상세하게 설명해 주신데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PS: 이름 관련하여 저와 비슷한 에피소드가 생기신 것 같군요. 저도 패밀리네임이 KWAK인데, 러시아어가 독일어 발음규칙을 따르는 바람에 W는 무조건 “베”로 발음하여 러시아 석사유학시절부터 미스터 “크박”으로 불리우고 있답니다. ㅋㅋㅋ.. 아, 저역시 제 노어 이름에 만족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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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녕하세요, 곽선생님. 연락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도서관증 제작할 때 비자를 검사하는 지는 잘 모릅니다. 왜냐하면 여권 자체를 가져가기 때문이죠. 아마 관광비자여도 충분할 듯 싶습니다. 아울러 혹시라도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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